교육 현장에서 본 주호민 사건과 발달장애 통합교육

교육 현장에서 본 주호민 사건과 발달장애 통합교육

주호민씨의 특수교사 고발사건 이후 확산된 통합교육 무용론·장애혐오
“통합교육은 보편적 가치…현장 갈등 중재 위한 시스템 강화되어야”

발달장애 자녀를 둔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알려진 후 장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질적인 교육 현장에서의 대안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우리는 더 나은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긴급간담회(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에는 교사, 부모, 학생, 교육당국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발달장애 통합교육 현장에서의 갈등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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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일반학교 통학학급 담임으로 근무하면서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이수현 푸른솔중학교 교사는 “웹툰 작가의 사건이 장애 혐오, 통합 혹은 분리 담론으로 흐르고 있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 통합은 당연히 우리가 가져가야 할 가치”라며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 학급에 왔을 때 어떻게 수업을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특수교육 차원이 아닌 일반교육 차원의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통합교육 지원 교사가 필요하다. 35명의 아이들을 한 학급에서 가르치고 있는 이 교사는 “5월부터 기초학력 보조교사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분이 오심으로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는 수업이 실현 가능해졌다. 반드시 인력 지원이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자로 인력을 떼우는 등 책임 없고 임시방편으로 아이들을 보조하면 현장에서 문제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통합교육 환경이 나아지려면 교사 개인의 필사적인 노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경기도 초등학교 특수학급 사례를 소개했다. 9명의 학생이 배치된 해당 특수학급에는 특수교사 3명이 배치돼 통합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다. 코로나19 시기와 경기도의 교사 추가 배치 정책이 맞물려 ‘학생 3명당 교사 1명’의 형태가 됐다. 특수교사 3명은 특수학급의 수업 시수를 분담했고, 통합학급에서 이뤄지는 수업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정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협력교사 배치, 장기적으로는 특수교육법 개정으로 학급 당 학생 수 축소를 통한 특수교사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사가 학생의 도전행동에 대한 지도 방법을 개별적으로 결정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도전 행동 중재에 대한 현실성 있는 매뉴얼도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교육, 발달장애인도 똑같은 학생으로 보는 시선 필요”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교육국장은 “학교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아이를 통해 자세한 정보파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말 답답하다. 전적으로 교사 혹은 주변 비장애학생, 목격자를 통해 정보를 취합하게 된다. 취합된 정보에는 아이의 행동이 발생하기 전 상황이나 행동적 특성에 대한 언급 없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때렸다’라고만 정리된다”며 “장애를 가진 학생은 징계처분이 처벌의 의미보다 교육적 의미가 더 내포돼야 한다. 그 행동이 발생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다양한 지원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교육국장.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교육국장.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조 국장은 민원 내용을 구분해 담임교사, 특수교사, 관리자 등과 학부모가 함께 소통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보호자가 자녀의 학교생활에 협력하기 위한 보호자 차원의 지원과 학대의 지속성, 고의성,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사법절차가 아닌 중재로 문제해결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도 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전했다. 박 활동가는 “통합 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인은 항상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못했다. 말만 통합이지 원반에서 도움반에 가게 되고 친구들과 선생님은 우리를 같은 반 학생으로 보기보다는 특수반에 가야 하는 장애인이라는 인식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며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와 통합학교를 모두 다녀봤고 다 장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발달장애인인 나는 적응해 살아남아야했다. 장애인들은 문제가 있으면 특수학교에 가라고 하면서 외딴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말은 차별”이라고 했다. 

▲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박 활동가는 “학교가 비장애인 위주로 맞춰져 있어 어려운 점도 있었다. 다른 비장애 학생들과 진로도 다르고, 하고싶은 것, 할 수 없는 것으로 나뉘어지면서 학교에서 비장애인 학생들과 관계 맺고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웠다”며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고 발달장애인 학생도 똑같은 학생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애인 혐오 여론과 이를 조장하는 언론보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 활동가는 “(주호민씨 관련) 일을 기사로 알게 되고 나서 인터넷을 보지 않고 있다. 넘쳐나는 장애인 혐오 때문에 상처 받을 것 같았다”며 “이 사회 속에서 발달장애인은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아 아무렇지 않게 욕하고 상처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우리를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보고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발달장애인은 이상하고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싶다”고 말했다. 

교육부 “책임으로 와닿아…인력 충원과 중재 방안 모색할 것”

책임의 주체로 지목되고 있는 교육청과 교육부에서도 참석해 정부의 문제의식과 개선책을 공유했다. 도경만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장학관은 “충분한 지원체계는 갖추지 않은 채 발달장애학생이 통합교육에 맞춰야 한다고 접근하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몰아가고 있는 게 지금 구조”라고 지적하며 “학대냐 문제행동이냐 논하기 전에 발달장애인과 관련해 학교 현장에서 정당한 편의지원이 이뤄지고 세부적 매뉴얼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은숙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교육연구사도 “이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를 주셨는데 하나하나씩 과제와 책임으로 와닿는다”며 “학급당 정원 초과시 규제와 개별화교육에 대한 구체적 지침 등 제도적 보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적인 제도를 보완하려는 준비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구체적 중재 방안에 대한 부분은 향후 준비해야 될 매뉴얼에 꼭 담아야 하는 내용”이라며 부처 차원에서 더 논의하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장혜영 의원은 “교육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기본권이고 국가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통합교육은 장애 시민의 교육권을 실현하는 제도이고,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통합사회 첫걸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통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국가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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